
원자력 바로 알리기로 활짝 열어야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은 모든 국가의 에너지 정책에 있어 핵심적인 화두이다. 이 두 가지 이슈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바로 원자력이다. 원자력은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전력을 경제적이며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핵연료는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아 비축이 용이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약 3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을 비축하고 있다. 이는 LNG, 석탄, 석유의 비축량이 각 9일분, 20일분, 95일분 정도인 것과 크게 대비 된다.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 섬나라와 같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에 원자력이 특히 중요한 이유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보고서 (The Path to the New Era for Nuclear Energy)에서 세계는 새로운 원자력 에너지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지난 10년간 전기에너지 사용의 상승률은 전체 에너지 사용 상승률의 두 배이며, 이는 세계가 새로운 전기화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청정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원인 원자력에 대한 각국의 관심은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40여 국가에서 원자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63개의 신규원전이 건설 중에 있다. 또한, 원자력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80여 종의 소형모듈원전(SMR)이 개발되고 있으며, 2030년경에 SMR의 첫 번째 상업운전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혁신형소형모듈원전(i-SMR) 개발에 국가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가 새로운 원자력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에 새로운 기회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력과 원전 공급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국민복지 및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자력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우수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확대되고 있는 세계 원자력 시장에 핵심적인 원전 수출국으로 자리 매김할 수 있다. 성공적인 UAE 원전수출에 이어 체코 신규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원전산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에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탈원전 진영이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폐해는 아직도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은 아직 진행 중이고, 취소된 신규 원전부지는 언제 복구될 수 있을지 막연하기만 하다. 또한, 정권에 따라 원자력 에너지 정책이 또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은 유능한 미래인재들의 원자력계 진입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지속 가능한 원자력을 위한 법제화에 이를 저해하는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근거 없이 신규원전 건설 계획을 축소하는 등 원전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2024년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실시한 원자력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은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한국원자력학회가 실시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원자력 발전에 찬성하는 것과 비교하여 상승한 결과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기 쉽지 않으나 국내외적인 환경변화와 더불어 그간 원자력의 가치와 안전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많은 분들의 노력이 기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상기한 국민인식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크게 변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정치적 이념으로 무장한 탈원전 진영의 선동이 교육 현장을 포함한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다.
2024년 미국에서 실시된 원자력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77%가 원자력을 선호하고 23%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결과이다. 주목할 점은 원자력에 대한 지식이 낮은 응답자는 54%가 원자력을 선호하는 반면, 원자력에 대한 지식이 높은 응답자는 88%가 원자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원자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원자력의 사용을 훨씬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원자력학회의 지원으로 KAIST, 서울대, 부산대, KAERI에서 개최된 교사직무연수 프로그램의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연수 이수 후 참석자들의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찬성은 거의 100%다. 학회와 유관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원자력 바로 알리기 활동을 더욱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이유이다.
원자력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을 경제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세계는 새로운 원자력 에너지 시대로 진입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원전산업에 황금 같은 기회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원자력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원자력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좌우하는 시대이다. 정치와 이념적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세울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자력 바로 알리기에 원자력계가 열정을 갖고 더욱 분발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