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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소식

집과 일터가 가까울수록 좋다. 매일 2시간 이상 출퇴근하거나 주말에 지방 일터로 몸을 실는 생활은 고단하다. 현대 문명은 바닷가에 건설된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대도시로 송전하여 유지된다. 국토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전략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설비든지 내 주변에 설치될 수 있고 아름다움까지 선사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모듈형 원전(SMR)은 시대의 산물이다. 세계적으로 80여 개의 SMR이 개발 중이고 우리나라도 혁신형 SMR(i-SMR)로 동참하고 있다. 일단 SMR은 1000 MWe를 내는 대형원전보다 적은 300 MWe 이하 출력을 발전하므로 안전할 수밖에 없다. 확률적으로 따지면 대형원전은 10만 년 한번 정도 노심 용융이 일어난다면 10억 년에 한 번 일어난다. 이 정도 확률이면 현생인류는 SMR 사고를 경험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론적 안전성은 실제와는 다를 수가 있다. 다양한 SMR 설계들이 있으므로 일괄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인허가를 받은 설계라면 이론과 실제는 일치한다고 볼 수는 있다. 그렇다고 80여 개의 SMR 설계들이 시장에 살아남으리리는 전망은 너무 안일하다. 우수한 성능을 내고 경제성이 좋은 SMR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한국의 i-SMR은 설계특성을 살펴보고 생존 가능성을 살펴보자.



i-SMR은 원자로, 증기발생기가 한 모듈로 제작된 모듈러 원전이다. 원자로에서 가압 가열된 물이 원자로 상층부로 올라가면서 증기발생기를 데워 증기를 뿜어낸다. 상층부에서 식은 원자로의 물은 중력과 냉각펌프의 힘으로 원자로 밑바닥으로 재순환하는 유로를 형성한다. 증기발생기 전열관은 코일처럼 제작되어 열을 충분히 받는다. 열전달 원리로만 보면 화학실험실의 간단한 유리 설비와 비슷하다.

대형원전에서는 배관으로 연결된 기기들이 i-SMR에서는 하나의 부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배관은 지진에 취약하지만 물리적으로 연결된 부품들은 지진에 강하다. i-SMR은 대형원전의 0.3g보다 강한 0.5g의 지진에 견딜 수 있다. 일체형 기기가 지진이나 열 손실 등에서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제작은 어렵다. 고장 시 정비까지 고려하여 제작해야 하므로 제작 경험과 기술을 가진 국가가 유리하다.

i-SMR은 설계수명이 80년이다. i-SMR의 수명을 좌우하는 부품은 중성자에 의해 취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냉각재의 화학적 성질이나 유체 흐름에 의해 부식되기도 한다. 최신 재료기술의 진보와 SMR의 저용량으로 인해 대형원전에 비해 수명이 약 20년 증가한 것은 이해가 된다. 사실 기존에 지어진 대형원전도 80년까지 계속 운전이 되니 SMR의 80년 수명은 놀랄만한 정도는 아니다.

원전이 들어서면 방사능 누출사고에 대비하여 비상비상계획구역(EPZ)을 설정한다. 여기에는 주민들이 거주할 수 없는데 i-SMR은 자체의 발전소 울타리보다 EPZ가 좁다. 즉 발전소 울타리 바로 밖에서 주민이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i-SMR에 들어 있는 우라늄 량이 대형원전의 우라늄 량보다 적기 때문에 가능하다.

i-SMR은 문제가 생겼을 때 안전계통들이 작동한다. 안전계통에는 품질좋은 전기도 제공되어야 한다. 신뢰성이 좋지만 평소에는 작동하지 않은 안전계통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일은 손이 많이 간다.  따라서 모든 엔지니어들은 안전계통을 가능한 도입하지 않고 저절로 안전한 상태로 가는 본질 안전 설계를 추구해 왔다. i-SMR은 피동형 안전계통을 도입하여 본질 안전을 확보하였다.

i-SMR은 중성자를 잡아먹는 붕산(B) 없이 제어봉만으로 원자로 출력을 제어한다. 이 설계는 대신에 강력한 제어봉과 핵연료 설계 기술이 요구된다. 보론 농도를 조절하는 설비가 없으며 발전소의 크기와 복잡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방사능 폐기물 발생량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i-SMR에는 이외에도 많은 핵신적 설계특성은 들어있다.  그러나 설계가 모두 제작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 없다. 이제까지 대형원전을 통해 원전 설계를 지속하고, 제작 경험, 건설 경험 선상이 풍부한 국가에서나 가능하다. 만들기 전에 해석하여 예측한 성능을 확인하고 이것이 부족할 경우 부분적으로 제작하여 검증도 해야 한다. 엔지니어들은 최초호기 i-SMR이 건설에 기대도 크다.

i-SMR은 고온의 증기를 만들어 내므로 이 증기를 통해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할 수도 있고 증기로 공정열을 공급할 수도 있고, 중기로 수소를 생산할 수도 있다. 혁심설계를 모두 충족시켜 수용자 주변에 i-SMR의 운영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전기출력(Mwe) 170 MWe (모듈당)
총출력(Mwe) 680 MWe (4개 모듈)
핵연료집합체 UO2, 17x17
노심손상빈도(/RY) 10-9 이하
건설단가($/KWe) 3,500 이하
발전단가($/KWe) 65
중성자흡수체 무붕산
제어봉구동장치 내장형
증기발생기 나선형
원자로냉각재펌프(개) 8
안전계통 완전 피동
AC/DC전력 비안전
설계수명(년) 80
내진설계(g)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