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처음으로 9월에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등 뒤늦은 더위가 지속되면서, 기상청은 이상기후로 인해 117년 만에 사계절을 재조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순간적인 국지성 호우인 스콜이 발생하는 등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아열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 세계적인 협력과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면 기후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미래 세대는 그로 인해 심각한 환경적, 경제적 부담을 겪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실천해야 할 탄소중립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결정이자,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시작으로, 2021년 COP26에서는 139개국이 탄소중립 목표에 합의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글로벌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스마트 넷제로 시티(Smart Net-zero City)의 등장은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 넷제로 시티는 도시 전체의 탄소배출을 ‘스마트’하게 ‘제로’로 만드는 도시를 의미합니다. 이 도시는 재생에너지를 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탄소는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등을 통해 제로에 가까운 상태로 만듭니다. 또한, 도시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도시 내에서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에너지 자급자족 시스템을 구축해, 송전손실을 줄이고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강화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도시 인프라와 서비스, 특히 에너지의 효율적인 관리와 최적화를 위해 첨단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합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실시간 에너지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곳에 신속하게 공급함으로써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인 운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합니다.

대부분의 스마트 넷제로 시티의 에너지원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어, 전력망의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은 현재 개발중인 i-SMR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면 해결이 가능합니다.

i-SMR은 용량은 작지만 안전하고 경제적인 발전소입니다. 공장에서 제작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어서 건설 기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물의 특성을 고려한 자연순환과 외부 전원이 필요없는 설계로 기존 원전에 비해서 1,000배 이상 안전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i-SMR은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어, 산업용 열 공급,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다목적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i-SMR 스마트 넷제로 시티 (SSNC, i-SMR Smart Net-zero City)의 청사진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SSNC는 혁신형 SMR과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결합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시모델입니다.


한수원은 작년 11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Conference of the Parties 28)에서 SSNC를 세계무대에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의 해결책으로 SMR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한수원은 SMR을 기반으로 한 미래형 에너지 자급도시 모델인 SSNC을 통해 경쟁사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8월 한수원 중앙연구원에서 i-SMR SSNC 관제센터 및 시뮬레이터센터 통합준공식이 개최되었습니다. SSNC 관제센터는 기존 신재생에너지 공급시스템과 연계하여 혁신형 SMR을 통한 전력 및 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제어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탄소중립 도시를 실현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입니다. 시뮬레이터 센터는 i-SMR의 최적 설계 및 운전 적합성을 검증하는 곳으로 3인 운전의 적합성, 인간공학평가, 운전원 교육 및 훈련용으로 활용될 계획입니다. 앞으로 이 시설들은 효과적인 마케팅 역할을 수행하며, SMR 수출사업의 전초기지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2023년 6월에 제정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지역별 차등요금이 적용되어 전력 수요 대비 공급이 많은 지역은 더 많은 산업체를 유치할 수 있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경주시와 SMR 국가산업단지 조성 및 SSNC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되었으며, 6월에는 대구시와의 SSNC 활용 탄소중립도시 조성 등 혁신형 SMR 협력을 위한 협약도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법 시행과 지역과의 협력을 통해 SMR을 활용한 SSNC 조성의 기반이 점차 마련되고 있는 것입니다.

i-SMR 개발이 완료되고 SSNC가 도입된다면, 일자리 창출과 에너지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친환경 관광지로서의 역할까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비교 불가한 경쟁력으로 SMR 수출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체코 신규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라는 국가적인 경사가 있었습니다. 예산과 건설 일정을 준수하는 사업역량을 기반으로 범정부적 지원을 포함한 국가의 모든 역량이 결집되어 이뤄낸 쾌거라고 생각합니다. SMR과 SSNC 사업 역시 국가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해외수출을 달성할 수 있도록 원자력계의 많은 관심과 협력,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원장   신 호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