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1일부터 계통관리변전소 지정 및 전력계통 접속 제한 조치가 진행됩니다. 산업부와 한전은 6월에 호남, 제주, 영동 지역을 포함하여 전국의 205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했습니다. 계통관리변전소와 연계된 지역에서는 31년말까지 신규 발전사업허가 발급이 중지됩니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준비하던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목표 달성도 어려진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 핵심적인 숫자들로 살펴보겠습니다.
문제 1: 수도권 수요 증가와 수도권 발전기 폐쇄. 북송 전력 용량 10GW → 45GW
피크 기준으로 충남 북부를 포함한 광역 수도권의 전력 수요는 45GW이고, 발전용량은 석탄과 가스 발전소 위주로 35GW입니다. 6개 선로를 통해 10GW의 전력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끌어오고
있습니다. 10년 후에는 수도권의 수요는 인구 증가, 신도시 건설, 경기 남부 반도체 산단 건설 등으로 인해 55GW로 늘어나는데, 수도권 석탄 발전기 폐쇄 (영흥, 당진 등)와 노후 LNG 발전소
폐쇄로 발전기 용량은 10GW 이하로 떨어질 예정입니다.
즉, 현재 10GW의 북송 전력 수요가 10년 후에는 45GW로 늘어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선로는 현재 대비 35GW 늘어나야 합니다. 선로 건설 대신 수도권에 발전기를 신규로 설치하면 좋지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무탄소 발전기만 신규 설치 해야합니다. 무탄소 발전기로 한정하면 수도권에는 제약이 많습니다. 인구 밀집 지역이므로 원전 설치는 어렵습니다. 토지가 비싸고
일조량이 삼남 지방 대비 떨어져 태양광의 경제성이 낮습니다. 대규모 풍력 발전을 하기에는 풍속 자원이 아슬아슬 합니다. 탄소 배출량이 낮은 그린 수소/암모니아 전소 발전의 대규모 상업화가
10년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연료 조달의 불확실성이 큽니다.
낙관적으로 전망해서 수도권에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을 10GW 늘리고, 수소/암모니아 발전기를 10GW 늘려도 여전히 북송 전력 계통 용량은 현재 10GW에서 25GW로 늘어나야 합니다. 345KV, HVDC
선로가 각기 2~4GW를 보낼 수 있으므로 6회선 정도 추가되어야 하며, 10차 장기송변전 계획과 한전의 투자 계획에 반영되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기존 장거리 계통 부설 실적 (계획에서
준공까지 평균 14년 소요,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보면 10년 내 필요한 대규모 송전선로를 대규모로 건설 할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1,166 c-km 송전선이 확충되었는데, 2029년까지 9,760 c-km를 확충하겠다는 10차 계획 실현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송변선 설비 확충은 독점 사업자인 한전이 자체 재정과 인력을
투입해서 진행하는데, 누적 적자 200조원의 부담을 안고, 구조 조정을 진행한 한전이 기존 실적 대비 5배 이상의 확충을 진행할 수 있을까요?
2. 지방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 20GW → 90GW 수준으로 확대
한전 계통으로 송전하지 않는 자가 소비용 (Behind The Meter) 설비와 3GW의 수도권 설치 용량을 제외하면 현재 지방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20GW 수준입니다.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하면 2035년까지
90GW로 늘어나야 합니다. 이를 수용하는 변전소와 접속 선로 부설도 과제지만, 전력 수요 증가는 주로 수도권과 임해 지역 일부 산단 (여수/광양, 부산, 울산, 포항)에 집중될 것이므로 발전소에서
수용가까지의 송전 용량 부족으로 인한 송전 제약이 심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향후 재생에너지는 주로 태양광과 풍력 설비들이 될 것인데, 이들은 Variable Renewable 설비로서 수요에 따라
발전량을 통제할 수 없고, 발전을 할 때는 발전량이 넘치고, 수요가 있더라도 발전을 못하는 경우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수요 대비 넘치는 발전으로 인한 송전 제약이 문제입니다.
90GW의 재생에너지가 설치된 상황에서는 광역 계통에 확충되더라도 송전 제약이 일상화됩니다. 재생에너지 설비의 연간 발전량 기준 30% 이상의 발전 제약이 걸리거나 지역별 발전 도매원가(LMP)
가 대거 하락하게 됩니다. 해당 시간대에는 수요 대비 발전량이 넘치고, 이를 보낼 수 있는 광역 계통도 부족하므로 발전기들의 경쟁이 심해져 단가가 떨어지는 원리입니다. 이로 인해 원가가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기들은 수익 확보가 매우 어렵게 됩니다. 소위 0원 혹은 마이너스 도매 요금이 상시화되면 발전기들은 은행 채무 상환도 못하는 상황에 몰리므로 누군가는 이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만
파산 사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즉, 시장에서는 0원이나 마이너스 도매요금이 형성되더라도 별도의 보조금이나 고정가 계약으로 재생에너지 발전기들에게 보조를 해주어야 하고, 이를 위한 재원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되어,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행 RPS 제도는 9원/Kwh의 기후 환경 비용을 소비자들이 부담함으로써 지탱되고 있는데, 향후 지방 재생에너지가 대폭 확충된다면 변전소와 접속 설비 투자, 광역 계통 투자, 발전 제약에 대한
보상 등으로 재생에너지의 LCOE 하락분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할 가능성이 큽니다.
3. 해결책은?
ESS를 지방에 대거 설치하면, 발전제약이나 LMP의 하락은 막을 수 있지만, 수도권 수요를 감당하는 방법은 안됩니다. 지방의 접속 계통과 광역 송전 계통을 대거 늘리는 건 비용(100조원 추산)과
시간(14년+)을 고려할 때 기한 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특별법이나 비상 조치로 ESS를 대거 설치하고 계통을 대거 늘려도 결국 소비자 비용으로 돌아오는데,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습니다.
한전은 이미 적자가 많아 비용을 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방의 신규 발전 허가를 통제하는 계통관리 변전소 조치가 나온 것으로 이해됩니다.
수도권의 증가하는 수요를 무탄소 발전기로 대체하면서, 계통 투자는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탄소중립 이행 목표 달성을 위해 여러 아이디어들이 거론됩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어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1) 서해안 HVDC : 호남의 태양광과 해상 풍력의 장거리 송전 선로를 육상으로 건설하는 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어려우니, 향후 계통 여유가 생긴 충남의 석탄 화력 발전소까지 서해안으로
우회하는 HVDC를 8GW 용량 규모로 구축하자는 안입니다. 육상 선로보다는 토지 보상,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며, 장거리 HVDC 선로의 기술적 안정성은
아직 불충분 합니다. 우회 계통 용량이 없는 상태에서 만약 이 선로에 문제가 생기면 관련 발전기들이 모두 차단되어야 하는 이슈가 있습니다. 기존의 충청권 석탄 화력 발전기들이 제공하던
계통 관성력을 어떻게 보완하느냐도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호남의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해야 하므로 대규모 ESS 추가 건설도 수반되어야 합니다.
2) 암모니아 전소 터빈/보일러 : 수도권의 기존 석탄 발전소와 노후 LNG 발전소의 설비를 최대한 살리되, 핵심 설비인 터빈만 암모니아 터빈 발전기, 보일러로 교체하는 안입니다. 그린 암모니아를
해외에서 싸게 수입할 수 있어야 하고, 암모니아를 직접 연소시키는 암모니아 터빈의 기술적 완성도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암모니아는 누출될 경우 인명 사고를 유발하는 유독 물질이므로 연소
시스템으로 활용하는데 제약이 많이 따르는데, 후처리 환경 설비와 주민 수용성 확보도 관건입니다. 현재 업계 선도 제작사들이 암모니아를 직접 연소하는 암모니아 터빈과 보일러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나, 2030년은 되어야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GW 단위의 초대형 재생에너지 단지에서 그린 암모니아가 대규모로 생산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기존 석탄이나
천연가스 대비 2배 이상 비싸고 물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장점은 기존 발전소 설비를 재활용하여 투자비가 적고, 계통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으며, VRE의 간헐성 문제도 없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하는 점입니다. 수소 전소 터빈 대비 연료의 에너지 효율 (재생에너지 전기에서 연료 변환과 수송 경로까지 고려한 종합 효율)이 높고 수송의 기술적 어려움이 적은 점도 장점입니다.
3) 수소 혼소, 암모니아 혼소 : 암모니아 전소의 장점은 명확하지만, 기술 개발의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기존 노후 LNG 발전소를 수소 혼소 발전소로 바꾸고, 기존 석탄 화력 발전소를 암모니아
혼소 발전소로 바꾸는 것입니다. 향후 점차 혼소율을 높이고, 그린 수소와 그린 암모니아의 공급 상황을 감안하여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안입니다. 혼소율에 따라 탄소 배출량 저감도 가능하며,
기존 설비를 이용하는 등 장점은 2번 안과 동일합니다. 관건은 혼소의 경우 탄소 저감이 혼소율이 낮은 초기에는 미미하며 그린 수소와 그린 암모니아 연료가격과 공급처 확보입니다. 또한
암모니아는 유독성이 문제이고, 수소는 운송과 취급의 어려움이 문제입니다. 지난 5년간 정부가 수소 경제 선도를 목표로 여러 노력을 기울였으나 여전히 수소는 생산비 이상으로 수송과 취급
비용이 비싼 연료입니다. 해외에서 액화 수소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기술은 아직 없으며,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경우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정부에서 청정수소발전
입찰 시장을 개설하고 초기 시장을 만들고 있으나 단가 인하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 지켜봐야 합니다.
4) 수도권 원전 : 충남 북부와 경기 서부의 기존 대행 석탄 화력 발전소 자리에 대형 원전을 건설하거나 SMR을 다수 건설하자는 안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내륙에도 원전을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고, 파리에서 2시간 거리의 센강 상류인 노장쉬르센에도 원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 석탄발전소의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하므로 투자 규모를 줄일 수 있고, 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
발전기를 탄소 배출량이 적은 원전으로 교체하면 탄소 중립에도 효과적입니다. 기존 계통을 그대로 이용하므로 계통 투자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행 법령에는 수도권 원전 건설은
매우 어렵고, 안전 거리 확보 이슈도 있으며, 주민 수용성 확보는 장거리 계통 부설 이상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안전 거리가 짧고 안전도가 높은 SMR이 10년 내 대량 생산되어 적정 원가로
보급될지 여부도 불확실하며, 신규 대형 원전은 최소한 석탄 발전기 수준의 유연 운전 성능을 확보해야 하는 이슈도 있습니다. 이 방안은 정치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나, 경제성과 계통
이슈, 탄소 배출량 저감 효과는 확실합니다. 만약 수도권 원전이 국민적 동의를 얻어 실현될 경우에는 발전량 기준 원전 비율이 50%를 넘게 되므로 전력 믹스의 불균형이 커지고, 만에 하나
중대 사고가 발생한다며 수도권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 리스크가 있습니다.
5) LNG 복합발전: 계통 증설이나 재생에너지 증설부터 상기 1)~4)까지의 안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던 막대한 비용, 주민 수용성, 기술 위험 등의 약점이 있으므로 결국은 채택되기 힘들다고
보면 수도권에 대규모 LNG 복합발전기들을 추가하는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도 많습니다. 경기 남부의 신규 반도체 산단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3GW 규모의 대규모 LNG 열병합
발전기를 건설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방안의 장점은 기술적 이슈가 없고 초기 투자 비용이 적으며 주민 수용성 차원에서 가장 부담이 적다는 점입니다. 이 방안의 문제는 국가의
공식 에너지 계획에서는 LNG 발전을 계속 줄인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LNG 발전소와 발전량이 늘어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탄소중립 기본법에서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명시하고 있으므로 국가
계획은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고, 11차 전기본 실무안에서도 향후 LNG 발전량은 1/3 이하로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LNG 발전기와 발전량이 늘어나게 되면 관련 천연가스
인프라의 투자와 유지 보수는 물론 장기 LNG 도입 계약에서도 극심한 엇박자가 날 수 있습니다. 또한 석탄 발전을 LNG 발전으로 바꿀 경우 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는 20% 미만이므로 장기적인
탄소 중립, NDC 목표 달성은 어려운 방안입니다.
6) 수도권 수요의 지방 이전: 무탄소 발전기가 늘어날 지방으로 수도권의 기존/신규 수요를 이전하면 문제는 다 해결됩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전하고 싶지 않아서 실행이 안됩니다.
개인과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전에 따른 위험은 큰데, 뚜렷한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이전하지 않습니다. 전력 다소비 기업의 경우 전기 요금은 전국 공통으로 거의 동일하므로 이전
동기가 부족합니다. 이런 이유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 데이터 센터, 냉동 물류 창고, 중화학 공장들 중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지방에 신규 건설을 추진하는 곳은 별로
없습니다. 지방 소멸을 막고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주로 법인세와 취득세 감면을 인센티브로 제시하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한 유인책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지방의 전기 소매요금을
대폭 인하하거나 수도권 대규모 신규 수요는 원천적으로 금지 혹은 수도권의 전기 요금을 대폭 올려야 합니다. 하지만 전기를 많이 쓰는 반도체, 자동차, IT 회사들이 한국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기업들이므로 지방 신규 공장 건설이나 이전은커녕 오히려 수도권에 설비를 늘리고 있습니다. 정부도 전력영향평가라는 제도를 통해 수도권 신규 설비 증설을 억제한다고
하나,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전략 산업"이라 해서 예외로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치열한 국제 경쟁을 고려하면 기존 설비와의 클러스터 효과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판단이
잘못은 아닙니다. 정주 여건과 교육 등의 이유로 공장을 지방에 신설하더라도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4. 결론: 공론화를 서둘러야
우리나라는 국가간 광역 송전망 연계가 없는 고립 전력망, 전력섬이므로 이 안에서 다 해결을 해야 합니다. 저렴한 가격의 고품질 전기를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 첨단 수출 산업이 중요한
나라입니다. 4계절이 뚜렷해서 피크 수요와 평시 수요 차이가 큽니다. 국토 중 가용 토지는 20%에 불과하고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어 땅값이 비쌉니다. 경제 개발과 민주화를
모두 달성해서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국가가 운영됩니다. 이러한 여러 제약을 감안하면 수요지와 떨어진 지방에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개발하여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공급하고, 전기 요금
인상을 관리하려면 비상한 노력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탄소중립, 저렴한 전기요금, 수도권 집중 탈피, 안정적 전기 공급이라는 목표 중 둘 만 달성해도 다행입니다. 해외 사례를 봐도 네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한 나라는 없습니다. 네 가지 목표
모두를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발표되고 있지만, 동력도 재원도 여건도 부족하므로 실제로는 그렇게 안될거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계통 문제가
이렇게까지 꼬이게 되어 신규 발전허가 금지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나온 것은 이런 상황의 반증입니다. 수 많은 발전 사업자들이 8년 이상 일감이 없는데 명맥이 유지될 지 의문입니다.
전 정권에서는 원전 수명 연장과 신규 증설은 안한다고 하여 그 계통을 재생에너지 용도로 이용하려다고 이 정권에서는 원전 수명 연장도 하고 하고 신규 증설도 한다고 하니 불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전정권과 현정권의 잘잘못은 문제가 아니고, 계획에서 준공까지 14년이 걸리는 설비를 놓고 5년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방향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현 체계가
문제입니다.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무탄소 전원 확충, 기술 개발, 송전망 증설에 막대한 투자를 감당해야 하므로 전기요금이 올라야 합니다. 계통이 부족한 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럽도 미국도 접속 대기 물량이 어마어마하고 향후 20년간 현재 설치한 규모만큼의 신규 계통 설치가 필요하므로 극히 어려운 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많아지면서 과잉 발전 전기를 버리거나, 전력 품질 기준을 조금 낮추면 계통 문제 해소데 도움이 되지만, 아무도 발전 수입 감소, 예고 정전 등의 손해를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미국과 EU에서는 시장 제도를 개편해서 시장 경쟁을 유도하여 상황에 따라 일부 사업자,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게끔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독점 판매 사업자인
한전이 국가의 통제를 받으므로 정치적 판단에 의해 전력 정책이 결정되므로 불만이 쌓이고 합의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수도권 전기 요금을 대폭 올리거나 지방 전기 요금을 대폭
낮추면 궁극적 문제 해결책인 수요 분산이 촉진되겠지만, 현재의 전력 산업 구조에서는 정치적으로 자살 행위(수도권 요금 인상) 혹은 재정 고갈(지방 요금 인하)을 선택할 주체는 없습니다.
전력 계통 문제는 난제입니다. 묘책이 없습니다. 미래 기술 개발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큽니다. 핵융합, 초전도 에너지 저장 등 환상적인 신기술이 계통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기술 개발이 실패할 경우도 대비해야 합니다. 결국 전력 산업 구조 개편과 장기적인 방향 설정이 필요합니다. 공론화 작업과 사회적 대토론이 필수입니다.
모두의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므로 광범위한 논의를 해야 합니다. 이대로 가면 탄소중립도, 전기요금 안정화도 모두 공염불이 되고 기업은 기업대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지방 공동화는
더욱 가속화 될 우려가 큽니다. 실현 가능한 장기 에너지 계획 수립과 전력 산업 구조 개편 방안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많이 늦었지만,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고전하고
있으므로 우리 상황이 절망적인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위기에 강하고, 코너에 몰리면 기적적인 힘을 내어 국면을 전환시키는 저력을 가졌습니다.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