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 뭘 쓸까 생각하고 있는데 IAEA의 최종보고서가 발표되었다.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보고서 설명하러 한국방문을 했는데 시위 때문에 2시간이나 입국을 못했다, 야당은 정치적 보고서라 못 믿는다며 17시간 철야 농성을 했고, 민주당 의원이 한국말 피켓을 들고 일본을 항의 방문을 했다. 그런 뉴스들이 나오고 있다. 얼마전 민주당의 방류 반대 장회집회에서는 모 원자력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서 IAEA는 해체해야 한다고 외쳤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의 방류를 둘러싼 작금의 어처구니없고 창피한 사태를 보며 잠깐 몇 년 전 일을 회고해 본다.

본인이 2019.9-2020.8 학회 수석 부회장 겸 이슈 및 소통위원회 위원장 시절 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 2개의 휘발성 강한 이슈가 예측되었다. 오염처리수의 방류와 동경올림픽이었다. 괜찮아요? 하고 물으면 학회가 답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TF팀을 꾸려 두 개의 보고서를 썼다. 동경올림픽 관련 보고서는 일본이 온통 방사선에 오염된 것으로 선동하므로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우리 선수와 방문객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자 했다. 음식물 섭취 경로 등 분석했지만 방사선 영향은 당연히 없다. 일본에도 사람이 산다. 방사선 오염으로 입산금지된 산에 굳이 가서 버섯 같은 거 따먹지 마시오 같은 가이드라인 밖에 나올게 없었다. 어쨌던 동경올림픽은 코로나로 연기되어 그 보고서는 발표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는 가장 가능성이 있는 해양방류와 수증기증발을 분석하였다. 일본이 심지층 주입, 지하매립, 수소방출 등 몇가지 다른 방법들에 대해 기술의 적용성, 비용, 법적 요건 등을 검토하였지만 타당성 내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우리 분석에 포함하지 않았다. 보고서를 쓸 때는 해양방류는 ALPS로 처리해서 내보낸다 정도 외에는 상세한 계획이 공표되지 않았고 데이터도 주로 동경전력이 제공하는 것 외에는 없었기 때문에 신뢰성 논란이 있을거라 오염수를 처리하지 않고 1년 만에 모두 방류한다는 극히 보수적인 가정을 사용하였다. 따라서 삼중수소만 고려한 것이 아니고 세슘, 스트론튬 등 모든 방사성물질이 방류된다는 가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해역은 영향이 없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우리 해역의 수산물 섭취에 따른 영향 분석은 하나마나해서 일본 앞바다에서 잡은 수산물을 먹는다는 보수적인 가정을 하였다. 일본 근해 수산물은 수입금지되어 있으므로 일본 원해에서 잡은 생선을 수입해서 먹는다는 가정을 하였다. 근해는 해안에서 10km, 원해는 1000km를 가정하였다. 우리 국민은 일년에 약 23kg의 생선을 먹고 그 중 13%가 수입인데 이 수입 수산물 전량을 일본의 원해에서 잡은 것으로 한 가정이다. 사실 이런 이중삼중의 보수적인 가정에서도 유의미한 영향은 당연히 예상되지 않았지만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고 왜곡과 선동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분석한 데이터가 필요했었다.

이렇게 오염수를 처리하지 않은채 방류하고 일본 앞바다의 수산물을 섭취한다는 극히 보수적인 가정하에서도 방사선에 의한 영향은 3.5×10-9mSv/yr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국민이 자연상태에서 받는 평균 방사선피폭량이 3~4mSv/yr에 비하면 사실 0이나 다름 없지만 과학자는 아무리 작아도 0이라 하지 않는다. 이것은 당연히 예측된 결론이었고 설사 계산이 백만배나 틀려도 천분의 일 mSv수준이니 여전히 무시할 정도다. 지금 후쿠시마에 쌓여 있는 오염수 140만톤은 200mX100mX70m정도의 양인데 국제규격수영장의 몇백배이니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선동을 하지만 이것을 바다에 그려보면 점으로도 표시할 수 없는 큰 배 한척의 양이 태평양에 희석되는 것이니 무시할 정도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금방 알수있다. 2011년 이후 수천 수만배가 넘는 방사능이 한꺼번에 나갔지만 우리나라는 영향이 없었다는 실증적 사실은 이를 잘 뒷받침하는 것이다.

수증기 방출은 보수적인 대기확산 모델을 이용해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 지표면에 쌓여 오염된 채소 육류 등의 섭취로 인한 영향 등을 모두 분석하였고 6.3×10-5mSv/yr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두 숫자만 비교하면 수증기방출 영향이 약 2만배 높다. 하지만 절대적인 숫자를 보면 수증기방출 역시 의미있는 영향은 아니다. 백만원의 열배는 천만원이지만 백원의 열배는 천원이다. 둘 다 방사선영향은 미미하므로 그 다음은 경제성이나 기술성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이고 이 두가지 방법은 이미 국제적으로 허용되어 있어 적용가능한 가장 안전하고 환경영향이 없는 방법인데, 선동가들은 일본이 다른 대안을 검토하지 않고 오직 돈 때문에 해양방류를 한다고 왜곡한다.

보고서는 2020년 8월에 마무리했지만 일본이 방류를 공식화하지 않았으므로 공개를 보류했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내가 학회 회장이던 21년 4월에 일본이 드디어 방류를 공식화하였다. 당연히 여론이 안좋았지만 바로 공개하면 기다린 듯이 일본을 지원하는 꼴이 되니 일단 상황을 관망했다. 일본의 방류 발표후 그동안 조용하던 정부는 갑자기 강경으로 선회하였고 반핵단체는 국민의 안전이 아닌 탈원전정책의 연장선으로 여론을 몰고 갔고 수산업계는 그 여파로 비명을 질렀고 소금 사재기까지 한다는 기사를 보고 이것은 아니다 싶어 성명서와 함께 보고서를 공개하였다. 아내가 우리도 소금 사놓아야 하냐고 물어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선동에 오염되었나 싶었다. 오염수냐 처리수냐를 가지고 내부적으로도 논의가 있었는데 오염된 것을 처리했으니 오염 처리수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최종적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한겨레에서는 “오염 처리수”에서 오염은 의도적으로 빼고 학회에서 일본이 사용하는 용어인 처리수라 했다며 친일이라고 공격했다. 한겨레에게 사과하라고 항의 공문을 보냈지만 당연히 답은 없었다.

성명서는 크게 세가지 내용이었다. 학회 홈페이지에 가면 보고서와 성명서전문을 볼수 있다. 첫째는 방사선 영향이 거의 없다는 분석한 데이터를 공개하였다. 둘째는 일본정부에 5가지를 요구했다. 먼저 사고로 인해 고통받은 우리 국민에게 사과하고, 방류로 결정하게 된 과정을 공개하고, 일본이 분석한 우리 해역의 영향을 공개하고, 일본 계획을 감시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우리 전문가 참여를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지금보면 다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이 해소되었다. 세째는 우리나라 영향은 무시해도 되니 수산업과 자영업자를 위해 과도한 방사능 공포 조장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그 당시의 정부와 반핵단체에 대한 쓴소리다. 방사능 위험을 과장하여 탈원전 정책의 정당화 구실로 삼지 말 것이며, 정치적 목적으로 조장된 방사능 공포가 우리 수산업계와 자영업자의 피해를 주지 말 것이며, 정치적이고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실용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촉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성명서 발표후 친일파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예상했지만 학회는 과학자의 집단으로 최소한 과학적인 입장은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당연히 감당했다. 하루는 한복입고 다니는 서울의 소리 유튜버가 친일파를 혼내 준다면서 카메라를 들고 학회 사무실에 쳐들어 왔다. 보고서와성명서의 취지를 설명을 해 주었더니 이제보니 애국자네요 하고 마무리를 하였다. 우리 수산업자 걱정과 일본정부에 요구한 것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주요 TV언론에서 와서 장시간이나 인터뷰도 했지만 한 마디도 내보내지 않았다. 더욱이 이 보고서를 쓴 과학자는 직장에서 된서리를 맞았고 나는 내가 몸담았던 이 직장에 이를 항의하는 어처구니없는 불편한 상황도 생겼었다.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나. 그때는 정치적으로 여나 야나 다 방류를 비난했고 정부는 내부적으로는 수용하는 듯 어정쩡하게 뭉개다가 여론이 안좋으니 갑자기 국제기구에 제소한다면서 정치적으로 강경선회하는 상황이었고 주요 언론에서는 안전에 문제없다는 주장은 아예 다루지를 않았다. 서슬 시퍼런 그 시절에 관련기관은 함구했고 몇몇 교수들만 열심히 유튜버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용기내어 발표한 학회의 보고서와 성명서는 친일파라 매도당하고 무시되었다. 지금은 그나마 많이 나아졌다. 제대로 된 과학자들이 주요 언론에 나가 사실과 과학을 얘기할 기회도 생겼고 정치권에서도 여당이 과학적 판단을 존중하여 과학자의 애기를 들어준다. 광우병이나 성주 사드같은 괴담과 선동의 민낯도 드러나고 있어 이제는 국민이 잘 속지 않는다. 그래서 참으로 다행이고 여기까지 오느라 많은 분들이 애를 쓰셨다.

핵심은 참 간단하다. 그냥 방류 직전에 검사해보고 기준치 넘으면 방류 안하면 그것으로 다다. 그것만 보장하면 된다. 나머지는 일본의 몫이다. 그런데 ALPS 성능 걱정을 한다. 성능 나쁘면 동경전력이 힘든건데 그것을 배려하지는 않을거니 그냥 불신의 이미지를 씌우는 것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해하기 힘들다. 국민들은 걱정할 수 있다. 사실과 과학은 국민의 걱정을 덜어 주지만 선동과 왜곡은 국민의 걱정을 이익의 도구로 쓴다. 그것은 참 나쁜 것이다. 방류가 시작되면 후쿠시마 앞바다에는 정부, 사업자, 어민들, 그린피스, 환경연합 등 반핵단체 등이 방사선을 측정하려고 바닷물 떠는 배가 새까맣게 있을 것이다. 결과는 뻔하고 진실은 드러날 것인데 우리 수산업자만 날벼락을 맞고 있다. 선동과 왜곡을 하는 사람들은 달리는 호랑이 등에서 떨어지면 크게 다칠텐데 그때는 뭐라 할지 참 궁금하다. 상주 사드처럼 괜찮으니까 다행이라고 한마디하고 지나갈까. 그러나 국민들은 결코 잊지 않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