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라는 글로벌 과제에 직면하여, 신속한 에너지 전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SMR은 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SMR 기술 발전 및 활용을 위한 규제기반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4년 3월 연구관리 전문기관으로 SMR규제연구추진단을 설립했습니다. 지난 6월 4일, 추진단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출범식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알렸습니다.

출범식에서 추진단은 “안전한 SMR, 미래를 위한 규제기반 마련”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추진단의 비전에는 두 가지 주요 목표가 있습니다. 첫째, 경수형 SMR이 안전하게 설계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철저한 검증과 평가를 통해 공공이 신뢰하는 규제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SMR은 기존의 대형 원자로보다 안전하고 유연한 특성이 있어, 앞으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되는 SMR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규제기관의 승인이 필수적입니다. 이 때문에 규제기관으로서는 정식 인허가 신청 전에 안전성 확인을 위한 규제기반을 구축해야 합니다. 둘째, 경수형 SMR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세대 원자력 기술이 안전하게 상용화될 수 있는 포괄적 규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경수형 SMR 규제기반을 마련할 때부터 미래 기술에 대한 포괄적 규제와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추진단은 원안위, 규제전문기관(KINS와 KINAC) 등과 긴밀히 협력하여 이들의 기능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추진단은 SMR 규제연구의 기획 및 평가 단계에서 원안위와 규제전문기관의 의견과 연구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고, i-SMR 개발 상황에 대응하는 상시 기획 및 관리를 수행합니다. 또한, i-SMR 개발 계획의 유동성을 반영하여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규제연구가 실시간으로 대응하려면 i-SMR 사업단과의 실효적인 소통이 필수적입니다.

추진단이 관리하는 연구 과제는 규제전문기관 중심으로 규제입장 개발과 기술기준의 적용성을 연구하는 검증연구과제와 산학연 중심으로 검증방법론과 전산코드를 개발하는 기술개발과제로 나뉩니다. 이 두 가지 과제 유형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여 산학연의 연구 성과가 규제전문기관의 검토를 거쳐 규제검증기술로 활용되는 구조를 형성합니다. 현재, 2026년에 예정된 i-SMR 표준설계인가 신청 계획을 고려하여 검증연구과제 4개와 기술개발과제 9개가 수행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이 긴급하게 요구되는 상황에서 SMR은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SMR 기술개발과 규제기반 마련을 위한 규제연구가 병행하여 진행되어야 기술적 진보와 안전성이 함께 확보될 수 있습니다. 또한, SMR 기술을 선도하려는 나라에서는 기술개발과 함께 신속한 규제 승인 절차를 위한 법적, 정책적 조치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규제기반은 규제연구만으로 확보되지 않습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규제기반은 역량을 갖춘 규제인력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주요 원자력 선진국에서는 차세대 원자력의 조속한 활용을 위해 규제인력 확충에 적극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6월 4일, 제8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의결한 「차세대 원자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방안」에서 “전담조직 설치 및 규제 전문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나타냈습니다. 규제에 충분한 역량을 갖춘 인력은 하루아침에 양성될 수 없습니다. 최소한 2~3년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규제기관이 경수형 SMR을 포함한 차세대 원자력에 대한 규제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규제연구와 함께 적절한 규제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규제기관의 노력뿐만 아니라 원자력 커뮤니티의 많은 관심과 지원 역시 필요합니다.

2023년 12월 『일본원자력학회지』에 실린 「원자력 르네상스를 뒷받침하는 국가는?」에서는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유럽에서 원자력 발전설비 도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 유럽의 원자력 르네상스를 뒷받침하는 것은 한국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원전을 공사비와 공기를 지켜 건설할 수 있는 나라는 이제 중국, 러시아, 한국이 되었다.”라고 진단합니다. 물론 이런 진단이 SMR 영역까지 들어맞지는 않지만, 우리나라가 지닌 원자력 기술과 안전규제 능력에 대한 외부 평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APR1400 수출로 성취한 국제사회에서의 원자력 리더십은 앞으로 우리가 가진 능력을 발휘해 SMR 기술에서 성과를 얻을 때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에너지 환경에서 추진단은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원자력 안전규제의 원칙과 국제규범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이러한 원칙을 준수하면서 철저한 연구와 검증을 통해 SMR에 적용된 혁신적 기술이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지 판단할 수 있는 규제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규제연구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SMR 규제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업적 또한 어제는 불가능”이었습니다. 추진단은 “안전한 SMR, 미래를 위한 규제기반 마련”이라는 비전을 품고, 적기에 효과적인 규제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추진단의 성공적인 활동을 위해 원자력계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며, 여러분과 함께 SMR 기술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소형모듈원자로규제연구추진단장   김 인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