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한국수력원자력(주)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논의를 해 오던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이하 i-SMR)이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서 2023년 1월 사업단의 설립을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2023년에는 개발에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 핵심기술 개발 과제들이 착수되었고, 현재 i-SMR 표준설계가 협약을 마친 상태이다.

i-SMR은 2050 탄소 중립에 기여하기 위해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도 경제성이 있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으며, 전기 생산 이외의 목적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원자로이다. 모든 원자로냉각재계통 부품들이 하나의 철제 격납용기내에 들어 있는 일체형 소형 모듈원자로로, 하나의 원자로 모듈은 170MWe의 전기를 생산하고, 4개의 원자로 모듈이 하나의 표준발전소를 구성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하나의 i-SMR 발전소는 680MWe의 전기를 생산한다. i-SMR은 여러 가지 혁신적인 설계 특성들이 있지만, 중대사고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노심손상빈도를 10억년에 1회) 것과 대형원전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원자로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우리나라에서 i-SMR 개발은 여러 가지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1990년대 중반, 현재와 같은 원전 산업체계가 구축된 이래, 대형 원자로는 산업계가 주도하고, 소형 원자로 및 미래형 원자로는 연구계가 주도하는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역할 분담 하에, 산업계에서는 APR1400을 개발하여 수출까지 성공시키는 쾌거를 이루었고, 연구계 역시 SMART 원자로를 성공적으로 개발하여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 구분이 항상 긍정적인 시너지를 가져온 건 아니었다. 우리나라가 Fast-Follower에서 First-Mover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연구계의 보다 전방위적인 협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역할 분담이 때로는 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i-SMR은 이러한 기존의 역할 분담을 뛰어넘어 산업계와 연구계가 총력을 기울여서 추진하는 기술개발 사업이다. SMART의 핵심기술과 대형원전 설계 기술 및 피동안전계통 개발 능력이 어우러져야만 i-SMR은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i-SMR은 우리나라의 연구계와 산업계가 협력을 하면 미래 원자로 개발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첫 번째 기록이 될 것이다.

기술적 측면으로 보면 i-SMR 개발 사업은 우리나라 원전 산업계가 최초로 First-Mover로서 자리매김하는 과제가 될 것이다. i-SMR이 채택하고 있는 여러 혁신기술들은 더 이상 참조할 만한 외국의 선행기술이 없다. 설사 유사한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기술의 원천 소유권을 초기부터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술로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개발해야만 하는 쉽지 않는 여정이 우리 앞에 있다. i-SMR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혁신 설계들, 무붕산 운전, In-Vessel CRDM, 완전 피동안전계통, Canned Motor RCP, 첨단 계측기, 3인 운전 등은 그 하나하나가 상용화까지 개발하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적지 않은 개발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기술들이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2028년까지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해야 한다는 시간적인 제약까지 존재한다. 우리보다 앞서 미국의 표준설계인증을 획득한 원자로가 지난 20여년간 개발되어 온 것을 감안하면, 정말 도전적인 일정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고, 한국이 이 일정내에 혁신기술들을 성공적으로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명실공히 세계 정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i-SMR 은 개발과 건설 및 수출을 위한 노력이 병행된다는 것도 우리에게는 또 다른 도전과, 향후 i-SMR 건설 및 수출 사업을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정부 및 한수원 주도로 개발, 인허가, 건설, 수출 등을 순차적으로 수행하여 왔다. 현재 i-SMR은 이제 표준설계에 착수한 시점에서 최초 호기 건설, 수출, 민간 기업의 참여 둥이 동시에 논의되고 있다.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우리나라 원전 산업계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다양한 논의가 어느 방향으로 나가게 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한가지, 소형모듈원자로는 기존의 대형원전과는 달라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i-SMR의 상업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i-SMR은 향후 원전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민간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민간의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우리에게 줄 것이다.

현재 i-SMR 개발은 i-SMR 개발 사업단의 주도 하에, 한수원, 한원연, 한기, 한전연료, 두산 에너빌러티 등의 주요 기관을 포함하여 40여개 기관이 참여하여 표준설계 개발과 표준설계인가 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i-SMR이 성공적으로 상용화가 되어 운전되려면 지금부터 소형모듈원자로의 운영이나, 최초로 개발되는 부품들에 대한 공급망 관리 등이 있어야 한다. 소형모듈원자로는 AI, 디지털 트윈, 원격 제어 등의 기술이 적용되어 운영비를 절감하지 않으면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소형모듈원자로에 사용되는 부품들은 대형 원전에서 사용하는 부품들과 다른 것들이 많다. 따라서 지금부터 공급망을 확보하고 관리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원전 산업계에 여러 가지 특별한 의미를 갖는 i-SMR이 개발에 성공하여 2030년대 초에 첫 번째 i-SMR 원전이 가동하는 그 날을 기대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단장   김 한 곤